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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눈빛같이 고운 일만의 옥비가, 요대에서 잔치 파하고 해가 저물어 갈 제. 응당 인간 세상의 봄 경치 좋음을 알고, 청명일을 가려서 학을 타고 내려왔겠지.
시내 다리 저녁 바람에 서 있던 그 옛날엔, 매화꽃이 수없이 찬 공중을 비추었는데. 깊은 봄에 문득 버들꽃을 만들어 보이니, 물태는 때에 따라 절로 이동이 있음일세.
찬 제비가 날아와서 바람을 못 견디어라, 눈발이 텅 빈 초당에 냉기를 불어오누나. 흰 모시를 재단한 게 쑥스럽기만 하여라, 청명은 해마다 같은 줄 잘못 알았네그려.
어떤 손이 청평사에 왔나니, 봄철의 산을 뜻에 맡겨 노닐었다. 고요한 외로움 탑에 새가 우는데, 흐르는 실개울에 꽃은 지나니. 맛난 나물은 때를 알아 자라나고, 향기로운 버섯은 비를 지나 부드럽다. 시를 읊조리며 신선골을 드나니, 백 년의 내 시름을 녹여 주고녀.
비 오듯 꽃이 지자 수양버들 연기 같고, 오늘날 그 풍경이 지난해와 비슷하이. 좋을시고 금성에서 가절을 만나니, 술집에 옷 잡히고 마시다가 졸았다네.
춘삼월 삼짇날을 맞이하고 보니, 신선 흥취 넘쳐서 억제할 수 없어라. 어부의 배를 따라 어디로 가겠는가, 복사꽃 핀 울가에서 제비가 재잘대니.
벌은 꽃술 먹고 제비는 진흙 물고, 비 지나간 울 안에는 여기저기 이끼로세. 봄 한 동안 무한히도 마음상한 일들일랑, 꾀꼬리 분부하여 마음껏 울라 하려네.세찬 바람 뜰에 불어 이꽃 저꽃 다 떨어지고, 비가 오련지 어두컴컴 발 그림자도 낮게 보이네. 이게 바로 잠을 깨고 인적이 뜸한 후에, 곡루 서쪽 기대앉아 시름을 할 때라네.
비 온 뒤의 정원에 모여 난 이끼 떼, 사람은 고요하고 두 짝 사립문은 낮에도 안 열었네. 푸른 대뜰에 떨어진 꽃은 한 치나 쌓였는데, 봄바람이 날려 갔다가 또 날려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