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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고 맘 둘 곳 없어 집 나선 적 없고, 아이 불러 마음대로 문 닫아걸라 했네. 이끼 위에 앉아 술 마시는 숲 속은 고요하고, 맑은 물 봄바람 흐르는 들녘에 해가 지네.
강가의 봄날이 다 가는 게 슬퍼서, 지팡이에 몸 기대 모래섬에 섰네. 버들개지 바람 따라 미친 듯이 날리고, 얇고 가벼운 복사꽃 물 따라 흘러가네.
이월도 가버리고 어느새 삼월, 나날이 늙어가니 몇 번이나 봄 만날까? 몸 바깥의 끝 없는 일 생각지 말고, 살아서 마시는 술 실컷 마셔보세.
알다마다 띠로 엮은 지붕 작고 낮다는 걸,그래서 강 위의 제비들 자주 찾아오는 게지.진흙 물어 나르다 책과 거문고 더럽히고, 더러는 벌레 잡다가 사람에게도 부딪치지.
내 손으로 복숭아와 오얏을 심었으니 어엿한 주인이며, 시골 늙은이의 집 담장이 낮아도 또한 내 집이거늘, 봄바람은 마치 나를 희롱하는 듯, 밤에 불어 젖혀 몇 가지의 꽃이 지게 하다니.
나그네 시름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봄빛이 제 맘대로 강 가 정자에 이르렀네. 그러니 꽃들이 성급하게 피어나고, 꾀꼬리들 당부하듯 우지짖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