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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셔도 본디 묻은 것 없고, 넘치기 전에 기울어 버린다. 제 마음의 지만을 잘해서, 꼿꼿해도 둥근 것을 이루게 됐다.
우르릉 우레 소리는 북이 우는 듯하고, 주룩주룩 빗줄기는 동이물을 퍼붓는 듯하네. 비가 개자 정원에 무더위가 물러가니, 소매 가득 서늘한 기운에 뼛속까지 가뿐하네.
사립문에 해 지자 저녁 연기 피는데, 농가에선 콩 타작에 밤늦도록 시끄럽네. 아이들이 웃으며 서쪽 봉우리 훤하다 하니, 먼 숲에서 달이 떠오른 것을 알겠도다.
눈에 가득한 가을 풍경을 보니 고향집 생각, 친구들과 안부 물은 지도 오래 끊겼는데. 해마다 강 위에 뜬 무정한 기러기는, 다만 가을 소식은 가져오고 편지는 가져오지 않네!
홀로 한가히 지내며 왕래를 끊고, 다만 명월 불러 고적한 신세 비추게 할 뿐. 그대는 살아가는 일 묻지 마오, 몇 경의 물결과 몇 겹의 산 충분하네.
하늘이 만물을 낳으면서 살게 하려는 마음이 아닌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