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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못 달 비치고 하늘은 맑은데, 그윽한 이 한 칸 방이 고요하고 밝구나. 그 가운데 스스로 참된 소식 있나니, 선의 공도 아니요, 도가의 명도 아니네.
가을 서당 조망을 뉘와 함께 즐길꼬, 단풍숲에 석양 드니 그림보다 낫구나. 갑자기 서쪽 바람 지나가는 기러기에게 부는데, 옛 친구는 편지를 보내 올란가 안 올란가.
서리 내려 하늘 비고 매는 한창 호기 나고, 물가의 바위 끝에 서당 하나 높구나. 요즘 와서 삼경이 유난히도 쓸쓸하여, 국화를 쥐고 앉아 도연명을 생각하네.
어젯밤 바람 불어 남은 더위 사라지고, 아침 되어 서늘함이 가슴속에 스미누나. 영균이 원래 도를 말한 것이 아니라면, 어이하여 천년 뒤에 회옹이 느끼겠나.
문 밖의 버드나무 가는 가지 하늘하늘, 열다섯 어린 계집 허리 닮았네. 어떤 사람 아침에 뜻 없이 온다더니, 미친 바람 긴 가지를 부러뜨려 놓았네.
집 서쪽 어린 뽕잎 손 뻗으면 닿겠고, 강가의 가는 보리 겹쳐져서 낭창거리네. 봄 가고 여름인데 몇 날이나 살겠다고, 꿀처럼 맛 좋은 술 어찌 아니 내놓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