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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안개 너머로 무지개다리가 어렴풋한데, 서쪽 언덕의 물가에서 고기잡이배를 향해 묻네. 복사꽃이 종일토록 물 따라 흘러가거늘, 골짜기는 맑은 시내의 어디쯤에 있는지요.
맑고 푸른 강물위의 나는 새가 더욱 희고, 푸른산의 꽃이 타는듯이 붉고나. 올봄도 객지에서 또 보내니, 어느날에나 고향에 돌아가리오.
종일토록 헤맸으나 봄을 찾지 못하고, 짚신 신고 산과 구름 속 두루 다니다가. 돌아와 피어있는 매화 향을 맡아보니, 봄은 가지 끝에 이미 무르익어 있네.
봄바람에 먼저 정원 안의 매화꽃이 피고, 앵두꽃 살구꽃 복사꽃 배꽃이 차례로 핀 다. 냉이 꽃 느릅나무는 마을 깊숙이 피니, 봄바람은 역시 나를 위해 불어왔다고 말 하리.
물은 흐르고 꽃은 지니 둘 다 무정해라, 동풍을 다 보내고 초나라 성을 지나네.나비 꿈 속에 집은 만리, 두견새 가지 위에 달은 삼경.고향 편지 오는 것은 해 지나도록 끊겼고, 흰머리 봄이건만 거울 가득 생겨나네.스스로 돌아가지 않음이라 돌아가면 되는 것을, 오호 안개 낀 풍경을 두고 누구와 다투리오.
인간세상 사월에 꽃은 다 졌는데, 산속 절 복숭아꽃 이제 활짝 피었네. 봄은 가고 찾을 곳 없어 안타까워했는데, 이곳에 들어와 있는 줄은 알지 못했네.
봄이 오니 성 안 곳곳에 꽃잎이 날고, 한식날 동풍으로 버드나무 비스듬하다. 해가 지면 궁중에서 촛불을 전하나니, 그 연기 권력가의 집으로 흘러 든다.
어깨 위에 백발을 서리처럼 드리우고, 이 봄 보내는 쓸쓸한 마음. 밤이 늦도록 모란꽃 지켜보는 것은, 반은 꽃이 서러워, 반은 내가 서러워서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