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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의 지위 높은 사람들 집에는, 집집마다 전추라가 있다 하는데, 의상을 재단하기엔 합당하지만, 붉은 모자를 네가 어떻게 하랴.
한 무더기 저 대나무 대체 뭐기에, 푸른 가지 잎새마다 찬 기운 도나. 바람 불어오는데도 소리 안 나서, 그림 속의 대인 줄을 내 알았다네.
곱고 요염한 붉은 꽃 푸른 잎 청명도 하여라, 전각에 바람 불어오니 저문 향기 물씬 나네. 진흙에서 나왔지만 능히 청결함 보전하니, 화중군자란 말이 어찌 빈 이름이리오.
책을 펴고 혼자 앉았으매 온갖 꽃 숲인데, 위자와 요황은 빛깔이 옅고 또 깊다. 먼지 낀 책을 읽고는 읊조리고 완상하려 하니, 바람이 붉은 비를 불어 옷깃에 가득하네.
여느 꽃들 따라 다투지 않고, 곱게도 늦봄에 피어났으니. 이슬 적셔 새벽마다 얌전한 단장이오, 바람 쐬어 저녁이면 새로운 자태로다. 토질을 가릴 필요 없기에, 이를 보며 천진을 깨닫나니. 난초와 계수나무 공을 거두어, 오미 중의 보배 진귀해서 더욱 사랑스럽네.
평생에 좋아하긴 풍광을 그리는 일, 오늘 꽃 앞에 흥이 미치겠고야. 원컨댄 漆園의 나비꿈을 빌어서, 가지를 돌고 꽃술에 앉으며 마음대로 날고저.
오이는 물 안 주어도 많이 달려서, 엷은 노랑꽃 사이 잎 간간이 푸르다. 가장 사랑스럽기는 덩굴이 다리 없이 뻗어가, 높고 낮은 데 가리지 않고 옥병 매달리는 것이네.
공의휴가 뽑아 버린 건 이익 다툼 꺼려서고, 동자가 돌보지 않은 건 책 읽기 위해서네. 재상 그만두어 일없는 사람이야, 잎이 죽죽 뻗은들 무슨 상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