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烏鰂魚行 오징어 노래 // 烏鰂水邊行,忽逢白鷺影。皎然一片雪,炯與水同靜。擧頭謂白鷺,子志吾不省。旣欲得魚噉,云何淸節秉?我腹常貯一囊墨,一吐能令數丈黑。魚目昏昏咫尺迷,掉尾欲往忘南北。我開口吞魚不覺,我腹常飽魚常惑。子羽太潔毛太奇,縞衣素裳誰不疑?行處玉貌先照水,魚皆遠望謹避之。子終日立將何待?子脛但酸腸常飢。子見烏鬼乞其羽,和光合汚從便宜。然後得魚如陵阜,啗子之雌與子兒。白鷺謂烏鰂,汝言亦有理。天旣賦予以潔白,予亦自視無塵滓。豈爲充玆一寸嗉,變易形貌乃如是?魚來則食去不追,我惟直立天命俟動物 2025. 2. 18. 18:42
오징어가 물가를 돌다가, 갑자기 백로 그림자를 보았는데. 새하얗기 한 조각 눈결이요, 눈에 빛나기 잔잔한 물과 같아. 머리 들고 백로에게 말하기를, 그대 뜻을 나는 모르겠네. 기왕에 고기 잡아 먹으려면서, 무슨 멋으로 청백한 체하는가. 내 배에는 언제나 한 주머니 먹물 있어, 한 번만 뿜어내도 주위가 다 시커멓기에, 고기들 눈이 흐려 지척 분간을 못하고. 꼬리 치며 가려 해도 남북을 분간 못하지. 내가 입으로 삼켜대도 고기들은 깜박 몰라, 나는 늘 배부르고 고기는 늘 속는다네. 그대는 깃이 너무 희고 털도 너무 유별나서, 위 아래가 흰옷인데 누가 의심 안 하겠나. 간 곳마다 고운 얼굴 물에 먼저 비치기에, 먼 데서 바라보고 고기 모두 피해가니, 온종일 서 있은들 그대 무얼 기대하리. 다리만 시근시근 배는 늘 고프지, 까마귀 찾아가서 그 옷을 빌어 입고, 본색일랑 감춰두고 적당하게 살아가소. 그리하면 고기를 산더미같이 잡아, 암컷도 먹이고 새끼들도 먹일거네. 백로가 오징어에게 말하기를, 네 말도 일리는 있다마는. 하늘이 나에게 결백함을 주었으며, 자신이 보기에도 더러운 곳 없는 난데. 어찌하여 그 작은 밥통 하나 채우자고, 얼굴과 모양을 그렇게야 바꾸겠나. 고기가 오면 먹고 달아나면 쫓지 않고, 꼿꼿이 서 있으며 천명대로 살 뿐이지. 오징어가 화를 내고 먹물을 뿜으면서, 멍청하다 너야말로 굶어죽어 마땅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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