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조
又次李亶佃韻 또 이단전의 시에 차운하여 장애인으로 살아가기. // 固是常情侮賤貧。超然獨也爾何人。靈心炯似照犀水。外物輕如棲草塵。磈磊謾成詩酒傑。嬉遊時夢葛羲民。不須後世子..
씩씩한 너구리
2024. 2. 24. 20:24

빈천한 자 깔보는 게 보통 사람 마음인데, 그대만은 초연하니 그대 어떤 사람인가. 무소뿔로 환히 비춘 물처럼 마음 맑아, 풀에 붙은 티끌처럼 외물을 경시하네. 가슴에 찬 불평으로 걸출한 시인 술꾼, 즐거이 놀며 때로 태고 시대 꿈을 꾸네. 후세에도 인정 받지 못한들 어떠하리, 앉은 곳에 뚜렷이 보배 절로 있거니.
疋漢 李亶佃 1755∼1790 그는 신분은 낮았으나 詩에 뛰어나고 글씨에도 능하여 명성이 자자했다. 또 사대부와 어울리면서도 破字하면 ‘下+人’이 되는 ‘疋’자를 호로 삼아 스스로 下人임을 표방했으니, 호방하고 자유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조롱한 인물이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었다.세속적 가치에 초연한 이단전의 호방함과 걸출한 시인ㆍ술꾼의 면모를 묘사하고, 세상에서 알아주지 않는 데 대해 위로하는 내용이다.犀水: 무소뿔로 환히 비춘 물처럼~~~: 晉나라의 온교(溫嶠, 288~329)의 고사를 빌어 환한 마음을 빗댄 말.葛羲民: 태고 시대: 葛天氏나 伏義氏의 백성이 되는 꿈을 꾼다, 평화스러운 태고 시대처럼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이 생활하는 꿈을 꾼다는 뜻. 앉은 자리의 보배〔席上珍〕는 남의 평가와 무관하게 본디 존재하는 것이라는 말로, 선비가 품은 학문과 재주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