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조
幼女鑷白髮謾吟 어린 딸이 내 흰머리를 뽑기에 생각나는 대로 // 幼女憐吾白髮多。纔看鑷去忽生俄。極知無益愁中老。且免斗驚鏡裏皤。種種始緣誰所使。駸駸漸至末如何。鋤根每戒傷嘉..
씩씩한 너구리
2024. 2. 24. 11:43

흰머리 많아지니 어린 딸이 가엾어해, 보는 대로 뽑아내도 금세 다시 돋아나네. 근심 속에 늙어감을 막지 못함 잘 알지만, 거울 속 백발 보고 놀라는 일 면하누나. 성글어진 내 머리털 누가 이리 만들었나, 차츰차츰 빠져드네 어찌할 수 없는 지경. 검은 머리 뽑지 말라 매번 당부하지만, 걱정일레 공연히 늙은이 될까 보아.
흰머리를 뽑아주는 어린 딸의 마음이 기특하여 하는 대로 놓아두면서도, 흰머리를 뽑는다고 늙음을 막을 수는 없고, 오히려 검은 머리까지 함께 뽑혀 더 늙은이처럼 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는 내용이다. 늙어감에 대한 체념과 조바심을 익살스럽게 표현하였다.公然: 본디 아무 거리낌 없이 악행을 행한다는 뜻. 여기서는 아무 까닭이나 실속이 없다는 뜻의 ‘空然’과 같은 말로 쓰였다. 곧, 나이가 들지도 않았는데 머리가 다 빠져 ‘괜히’ 늙은이처럼 보이게 된다는 말이다.